객관적인 색 , 검은 옷은 왜 인기가 있을까?
검은 원피스, 검은 외투는 경계를 세우며 무게와 의미를 준다. 유채색으로 관심을 끌 필요 없는 사람, 인품만으로 충분한 사람은 검은 옷을 입는다고 한다.
검은 옷과 분홍 옷은 심리적으로 가장 대조적인 색이다. 피부색과 비슷한 분홍 옷은 벌거벗은 느낌을 준다.
아가타 크리스티의 비망록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젊은 아가씨들은 첫 무도회에 검은 이브닝드레스를 입으려고 하지만 어머니들은 분홍 드레스를 입으라고 한다. 어머니는 딸이 귀여운 아가씨로 보이기를 바라고 딸은 요부로 보이고 싶어 한다. 검은 옷을 입으면 성인으로 보인다.'
젊은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색을 택할 때 대부분 의복의 색을 생각한다. 직업과 소유로 사회적 위치를 정할 수 없을 때, 의복의 개성의 상징이 된다.
검은 옷은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간다. 특히 청소년들이 검은 옷을 좋아하고 요즘에는 어린이들까지 검은 옷을 입는다.
이러한 동향에는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다고 한다.
검은색은 개성적인 색이다. 검은 옷은 사람의 개성을 얼굴에 집중시킨다. 검은 옷이 개인의 책임을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성전 했던 개신교와 마르틴 루터는, 개성에 관한 최근 철학인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목표는 같다. 따라서 유행이 반복되고 있다. 경계의 색인 검은 옷은 대중의 가치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고 대중을 초월하려는 모든 집단에서 선호하게 되었다. 로큰롤 팬과 펑크 족도 검은 옷을 즐겨 입었다. 검정은 저항하는 자, 부정의 색이다.
또한 검정은 유행에 무관한 색이기 때문인다.
검은 옷을 점점 더 선호하는 두 번쨰 이유는 1950년경 유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움직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1950년대에 들어서 합성섬유나 함성염료의 제조뿐만 아니라 대량생산으로 의복의 가격은 점점 더 내려갔다고 한다. 아무리 평범한 여자라도 과거의 가장 부유했던 숙녀보다 더 많은 옷을 소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치마 길이, 디자인과 색을 바꾸었다고 한다. 같은 옷을 입은 여자를 두 명 만나면 개성을 잃은 듯 , 여성의 개성이 옷에서 표현되었다.
더 많은 옷, 더 빨리 변해가는 유행의 테러는 1970년경 극단적인 정점에 달했다고 한다. 유행을 거부하는 여자들이 늘어갔기 때문이다. 청바지 차림의 반유행이 생겨났고 모든 사람들이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같은 차림을 했다.
즉 유행에 무관한 색을 원하는 여성이 늘어났고 패션계는 여성 고객의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유행과는 아무 상관 없는 색, 검정은 이렇게 유행에 중요한 색이 되었다.
검정은 젊은이의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이기도 하다. 영원한 젊음이 이상인 사회, 패션모델의 나이가 점점 더 어려지는 사회에서는 검정이 지배적인 가치를 강조해주는 색이다. 검정은 빛을 반사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다. 젊은이가 입으면 청춘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고 중년이 입으면 축 처진 턱, 주름살이 더욱 확연하게 보인다.
나이가 든 사람이 검정을 입으면 더 늙어 보인다.
검정은 디자이너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 중에 하나라고 한다. 형대적 디자인의 고전적인 문구로, 복잡한 장식이나 쓸데없는 무늬, 색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는 말이 있다. 검정, 흰색, 회색 즉 '중립적인' 색은 모든 경우에 사용된다. 검정은 가장 과시적인 색채 포기 선언인 동시에 허영심에 대한 호기 선언이기도 하다고 한다. 그래서 검정이 가장 고귀한 색인 것이다.
텔레비전, 오디오 스테레오, 카메라, 손목시계 등 가장 현대적으로 보여야 할 기술 제품은 모두 검게 만들었다. 색은 사라지고 기술적인 전면에 나섰다. 새로운 기술이 아닌 일상 용품에는 유채색이 비교적 많이 사용된다.
디자이너 제품인 검은 책상 위에는 종이 클립부터 연필깎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검정이다.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 인쇄된 텍스트의 심리적 효과는 매우 크다.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보다 인쇄물을 더 믿을 정도이다.
흑백사진은 컬러사진보다 자료 가치가 더 높은 것 같다. 영화감독인 세르게이 아이젠슈타인은 영화제작에서 색채를 포기했다고 한다. '색의 매력을 포기하고 나면 형식과 내용이 더욱 주목을 끌게 된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었다.
유채색의 세상에서 검정과 흰색은 객관적인 사실의 색이다.
'흰색 위의 검정' , 다시 말해서 글로 씌어진 문서는 그냥 말로 한 것보다 훨씬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문서만이 법률적으로 구속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흰색에 검정으로 있다' 는 말이 있는데 문서화된 것은 진리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진리라는 뜻으로 쓰인다.
블랙박스는 그 사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를 때에도 객관적이 사실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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